“내 결혼은 폭삭 속았다… 그리고 30년을 사랑했다”
퇴근길, 서울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가로등 아래 천천히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다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녀들의 웃음소리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세 소녀가 손바닥만 한 눈사람을 굴리며 깔깔대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해서,
집에 가서 저녁을 해야 하는 것도 잠시 잊고
저도 모르게 그 장면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눈 위에 손을 올려보고 싶어
나뭇잎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톡 떨어뜨려 보았습니다.
찰나의 순간, 어린 날의 내가 스쳐 지나가더군요.
그때부터 오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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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속은 결혼 이야기
저는 30년 전, 사랑에 폭삭 속아 결혼을 했습니다.
그 말이 농담 같지만…
제게는 웃으며 말해도, 깊은 사연이 있는 한 문장입니다.
인터넷이 느리고, 사람 냄새 나는 PC통신 시절. ..
얼굴도 모른 채 대화만으로 사랑이 싹텄고 그기간은 3년이나 됐습니다,
첫 만남에서 남편이 2급 지체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저는 큰 충격과 수많은 눈물 속에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제 마음은 결국 그 사람에게 가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사랑은 늘 고귀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잔인한 단어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30년 동안 그 사랑에 스스로 속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속고 있습니다.
https://youtu.be/KhPiyXyU3QQ?si=RcdPTB0Wf520YJYH

☕ 혼자 차리는 저녁, 오래된 커피머신
퇴근 후 급히 데워 먹는 새우볶음밥,
고기와 샐러드를 챙기며 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
하지만 저는 이런 작은 장면들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오래된 커피머신의 나직한 소리는
마치 “오늘도 잘 버텼어”라며 제 등을 다독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삶이란 고통이 더 익숙한 것 같지만,
행복은 늘 작은 찰나로 찾아오더군요.
🥄 우엉조림과 우엉겉절이, 그리고 삶의 숙제들
계절이 되면 늘 하던 대로 우엉을 손질합니다.
우엉조림, 우엉겉절이…
손이 많이 가지만, 그 손끝의 따뜻함이 제 생활을 지탱해줍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한다는 걸 아는 것이고,
사랑도 달콤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이겠지요.
사랑도, 삶도,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작은 우주.
고통도 숙제처럼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나는 그것들을 묵묵히 풀어나가며
또 하루를 살아냅니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직도 한 남자에게 폭삭 속아 30년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임은 누군가의 배신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사랑,
내가 끌어안은 인생,
내가 지켜낸 30년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속고 산 적 있으신가요?
속고 사신 분들,
저랑 친구해요.
우리 참 잘 살아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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