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인절미를 그만 주문하게 된 이유
남편은 인절미를 참 좋아한다.
나는 떡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에는 늘 마음이 간다.
어느 날 시누이가 쑥인절미 한 박스를 보내왔다. 진도쑥인절미
남편은 한 입 먹자마자 “이거 정말 맛있다”며 동생에게 한 박스를 더 보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 집 냉동실엔 쑥인절미가 늘 자리 잡게 되었다.
남편은 2급 지체 장애인이다.
활동량이 많지 않다 보니 화장실 문제가 늘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쑥인절미를 먹고 난 뒤부터 화장실도 한결 편해졌고,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인절미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남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출출할 때면 콩고물을 고소하게 무쳐 쑥인절미 하나 꺼내 먹고,
“오늘도 잘 다녀왔어”라며 웃던 남편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그래서 나는 쑥인절미를 거의 매달 주문했다.
3kg씩, 어떤 달엔 한 달에 두 번 주문한 적도 있다.
시골에 사는 언니에게도 보내고, 가까이 사는 형님네에도 나눠 드렸다.
좋은 건 함께 나누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맛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였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남편이 인절미를 먹다가 말한다.
“이거… 예전이랑 좀 다른데?”
원래 우리 집 인절미 보관법은 이렇다.
한 박스를 주문하면 몇 개만 남기고 전부 냉동 보관,
먹기 전에 두 개 정도 자동 해동해서 먹으면
몰랑몰랑한 식감에 쑥 향이 살아 있는 그 맛.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딱딱하고 질기고, 쑥인절미 특유의 맛이 나지 않았다.
그냥 ‘떡’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떡집 사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 보내주신 건 쑥인절미가 아니라
질기고 인절미 맛이 잘 나지 않는 떡 같아요.”
답장은 없었다.
확인했다는 말도, 설명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그 이후, 주문을 멈췄다
그 한 번의 무응답으로
나는 몇 달 동안 쑥인절미 주문을 끊기로 했다.
음식, 특히 떡을 만들어 파는 일은
맛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료가 바뀌었든, 공정이 달라졌든
최소한 고객의 이야기에 귀는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고객은 생각보다 냉철하고 예민하다.
특히 먹는 것 앞에서는 더 그렇다.
음식으로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차라리 마음먹었다.
“그래,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자.”
남편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그 마음만큼은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으니까.
좋아하는 음식은, 신뢰 위에 있다
쑥인절미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우리 집에서는
남편의 컨디션을 바꿔주고,
하루의 기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고, 그래서 더 단호해졌다.
맛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태도는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냉동실이 아닌,
부엌에서 쑥 향을 떠올리며
조용히 새로운 레시피를 생각해 본다.
저는 다이아몬드주부입니다.
https://www.youtube.com/@daimond0207
다이아몬드주부 daimondjubu
직장 30년, 살림 30년. 장애인 남편과 살아가며, 남편의 월급에 기대지 않고 살아온 일상. 불쌍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그냥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합니다. I’ve worked for 30 years and kept a home for 30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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