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다.
알람은 늘 그렇듯 같은 시간에 울렸고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내머리속에 남아있다.
그래도 달라진 건 없었다.
남편을 위해 아침밥을 차렸다.
https://youtu.be/FUBISElytCc?si=M8eM2sRsOgHRo2X0
다이아몬드주부 결혼기념일 유투버영상

반찬은 평소처럼,
국도 평소처럼.
“오늘 결혼기념일이네”
그 말 한마디도 굳이 꺼내지 않았다.
30년을 함께 살다 보니
기념일은 축하의 날이 아니라
그냥 지나온 시간을 확인하는 날짜가 되었다.
출근길은 여느 날과 같았다.
지하철 안 사람들 표정도 같고
회사에 도착해 책상에 앉아
하루 일을 시작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으니까.
퇴근 후 집에 돌아왔다.케이크도 없고 꽃도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저녁을 준비했다.
뚝배기에 두부넣고 호박넣고 보글보글 끊였다.
밥을 하고 감자를 깔고 갈치조림을 헀다. 나는 입이 생각보다 많이 짧다. 그러다보니 아침에 먹는 소고기무우국이 싫다.
힘이 들어도 퇴근후 맛있게 먹자는 생각이 내 고단함보다 우선이다.그래서 새로운 된장찌게 새로운 밥, 새로운 갈치조림을 헀다.
밥도 반찬도 나는 많은 양을 하지 않는다. 새롭게 지은밥 방금한 국. 그리고 어제먹지않은 반찬이 나는 제일 맛있다
남편과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복잡하지 않았다.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대신 우리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넘겼다.
누군가는 묻겠지.
“서운하지 않냐”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우리에게는 가장 큰 축하라는 걸.

아프지 않고,
크게 싸우지 않고,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버텼다면
그걸로 충분한 결혼기념일이다.
설거지를 마치고 불을 끄며 생각했다.
우리는 축하하지 않아도
이미 오래도록 함께 살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의 결혼기념일은
그렇게 조용히 끝났다.
남편의 책상서랍위에 놓인 달력에 크게 동그라미 쳐져 있는 결혼기념일이란 단어가 나를 서운해 하지 않게 한다.
결혼30년 정도 한마디로 희노애락을 같이한 중년의 부부
2급지체장애인 남편을 둔 아내의 결혼기념일은 그저 무덤덤할 만큼 세월의 흐름속에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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