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

연봉협상 날, 나는 사인을 기다렸다

by 다이아몬드주부 2026. 1. 23.
반응형

오늘은 연봉협상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협상이라기보다는 통보다.
3년째 연봉은 동결이었다.

노조가 생긴 이후, 회사는 모든 것을 노조에 보고하고
노조의 눈치를 본다.

https://youtu.be/x036fyDKxlM?si=bngTpcZ58gtzPlkf
나는 노조원이 아니다.
회사에서 굳이 잘라낼 이유가 없는 직원이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주부유투버

 

나는 늘 내 월급의 배, 아니 그 이상의 일을 해왔다.
하지만 내 월급은 여전히 개미똥구멍만큼 작다.
그럼에도 세월은 흘러, 나는 올해 6월 퇴직을 앞두고 있다.

오늘 우리 부서 사람들은 모두 사장실에 다녀왔다.
이미 작성된 연봉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나왔다.
내 차례만 아직 오지 않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부장급 월급은 얼마일까.
지금 내가 한 달 동안 받는 이 월급이
과연 ‘부장’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금액일까.

우리 회사는 직급만 올려준다.
직급수당은 있지만, 승진이 연봉 상승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책임만 무거워지고, 이름만 커진다.

어느 날 나는 말했다.
“부장 직급 거절합니다. 필요없어요.”

그러자 돌아온 말은 이랬다.
“다른 사람들은 부장 못 달아서 난리인데, 왜 그러세요?”

나는 되물었다.
“연봉도 안 오르는데, 책임만 무거워지는 직급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들은 웃고 넘겼다.
세상은 알 수 없고, 회사는 더 모호하다.

퇴직을 5개월 남겨둔 지금,
내가 사장에게 할 말이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이미 작성된 종이에 사인만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생각한다.
구차하지 않게,
억울함을 쏟아내지도 않게,
조용하지만 찬란하게,
내 노동의 존엄을 남기고 싶다고.

오늘 나는 연봉을 협상하지 않는다.
다만, 나라는 사람의 시간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이 사인은 끝이 아니라
내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조용한 페이지라는 것을.

 

나는 하루를 영롱하고 살고있는 다이아몬드주부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