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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비교해봐야 알게 되는 맛과 마음

by 다이아몬드주부 2026.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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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해봐야 알게 되는 맛과 마음

남편은 쑥인절미를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 떡을 먹을 때면 표정이 조금 느슨해지고, 말수가 줄어든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쑥인절미는 우리 집 냉동실에 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는 몇 달 동안 진도에 있는 한 떡집에서 쑥인절미를 주문해왔다. 서울에 사는 내가 진도까지 연결되는 방법은 늘 단순했다. 전화는 잘 닿지 않았고, 문자로 주문 내용을 보내면 답이 없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고 기다렸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조금 불편한 방식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편함이 불안하지는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라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떡은 늘 냉동 상태로 도착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먹고 싶은 날, 두세 개만 꺼내 부엌 한켠에 조용히 올려두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해동되었다.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아도, 손대지 않아도, 떡은 제 스스로 제 상태를 되찾았다. 말랑말랑해진 인절미를 한입 베어 물면 쑥 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인절미 특유의 부드러움이 입안에 남았다. 그 맛이 참 좋았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맛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이건 인절미가 아니라 쑥떡 같아.” 그 말은 불평도 아니고, 평가도 아니었다. 그냥 느낀 그대로의 한마디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부터 떡은 예전 같지 않았다. 자동 해동을 해도 몰랑몰랑한 느낌이 줄어들고, 씹을수록 약간 질긴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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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그 떡집에 주문하지 않았다. 대신 인터넷 쇼핑몰에서 쑥인절미를 주문했다. 같은 3kg 용량이었다. 이번에는 카드로 결제했고, 주문 내역도 분명히 남았다. 배송 일정도 정확했고, 모든 과정이 깔끔했다. 요즘 시대에 가장 익숙한 방식이었다.

택배 상자를 열어본 순간,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양이 너무 적었다. 정확히 세어보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수량이 이전의 절반 정도였다. 그제야 그동안의 주문 방식이 머릿속에서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가 몇 달 동안 해왔던 주문은 인터넷 구매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거래였다는 사실. 정확한 중량 표기도 없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지만 늘 넉넉했다. 한 박스에 거의 마흔 개 가까이 들어 있던 기억. 설명은 없었지만 손해 보지 않게 담아주던 마음.

인터넷 주문은 분명하다. 정확하고, 공정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딱 정해진 만큼만 온다. 더도 덜도 없다. 반면에 직거래는 불확실하다. 기록도 남지 않고, 기준도 없다. 대신 사람의 감각이 들어간다. 넉넉함과 여유,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정성이 그 안에 섞여 있다.

나는 원래 비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비교는 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지금 가진 것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가능하면 비교하지 않으려 애써왔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비교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하지 않았다면, 그동안 먹어온 쑥인절미가 얼마나 넉넉했고 얼마나 정성이 담긴 것이었는지 알지 못했을 테니까.

무엇이든 직접 겪어봐야 알게 된다. 그리고 비교해봐야 비로소 진짜 맛이 남는다. 맛뿐만 아니라 사람도, 관계도, 삶도 그렇다. 불편함 속에 있던 가치와, 편리함 속에 숨겨진 한계를 나는 쑥인절미 한 상자를 통해 배웠다.

오늘도 냉동실을 열며 생각한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지만, 어떤 선택이 더 좋았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아주 사소한 경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을.

 

https://youtu.be/3mBoEeuxN8s?si=I6SKkztS-Y4FRx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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