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남편의 머리를 다듬어 주었다.
이 일을 나는 벌써 30년째 하고 있다.

머리를 다듬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가위를 들고 몇 번 자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십 번 손을 움직여야 하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고 닦는 일까지 이어진다. 머리를 정리하고 나면 욕실로 향한다. 우리 집 욕실에는 욕조가 없다. 그래서 플라스틱 욕조를 하나 사 두었다. 창고에서 꺼내 욕실로 옮기고, 뜨거운 물을 가득 받는다. 남편은 그 안에서 30분쯤 몸을 담그고, 나는 묵묵히 등을 밀고 머리를 감겨 준다.
잠시 후 욕실은 온갖 때로 범벅이 된다. 긴 욕조를 다시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고 세워 말린 뒤, 다시 잡동사니 창고로 옮겨 둔다. 그다음은 바닥 청소, 거실 청소. 이렇게 하고 나면 오전이 훌쩍 지나가 있다. 몸은 이미 녹초다.
https://youtu.be/DSvqFxGpfgM?si=AxPkf5YBQtBRFgD3
점심때가 되면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마친다. 그리고 나는 소파에 몸을 던진다. 그대로 잠이 든다.
나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잠귀도 밝아 잠과 친하지 않다. 걱정거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잠은 쉽게 달아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이 있다. 몸을 철저하게 피곤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 결국 몸이 정신을 이긴다. 그렇게 해서 나는 잠과 가까워진다.
주말 오후 내내 잠을 잤다. 저녁을 먹고 또 잠을 잤다. 이상하게도 그날은 유난히 개운하고, 시원하고, 뿌듯했다. 때로는 몸을 움직이고 몸을 혹사할수록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을 나는 여러 번의 경험으로 배웠다.
운동하라, 몸을 움직여라, 걸어라.
우울증에 좋다는 책을 수십 권 읽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우울이 들어올 틈이 없다. 너무 바쁘니까. 그렇다고 이 바쁨이 나쁘지는 않다.
남편의 머리를 집에서 다듬어 준 지도 30년. 이제는 제법 기술자가 다 됐다. 경험만큼 좋은 선생은 없다는 말을 나는 매일의 생활로 실감한다. 삶은 결국 경험이고, 시도이며, 도전이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나는 다이아몬드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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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이아몬드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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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주부 daimondjubu
직장 30년, 살림 30년. 장애인 남편과 살아가며, 남편의 월급에 기대지 않고 살아온 일상. 불쌍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그냥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합니다. I’ve worked for 30 years and kept a home for 30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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