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고, 혼자 돌아왔다
바람이 불었다. 특별히 시원하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바람이었다.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었는데, 그 바람 앞에 서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넓은 세상에서 지금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 하나뿐이라는 생각.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불리지 않아도, 나는 여기 이렇게 서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혼자 등산을 가니 이런 생각이든다.

대단한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닌데, 나는 그동안 왜 이렇게 걷는 시간 하나 없이 살았을까. 늘 무언가에 쫓기듯, 해야 할 일에 밀려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하루를 흘려보내며 살았던 건 아닐까. 그래서 오늘의 등산은 거창한 도전도 아니고, 성취를 위한 시간도 아니었다. 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길을, 숨이 차지 않을 만큼만 천천히 걸었다. 목적지도 없고, 기록할 생각도 없이, 그저 발이 닿는 대로. 이곳은 몇년전에도 몇번 와본곳 이다.

월드컵경기장이 보이고 문화비축기지 뒷산정도 매봉산이다. 그리 높지 않고 산책정도라고 할까.
걷다가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아 보이는 월드컵경지장과 한강이 보이는 한강다리 무슨 대교인가. 지나가는 자동차장난감 같이 보이는 자동차들...바람과 햇빛과 공기가 친구가되고 내마음도 가볍다. 행복하다.
걷다가 문화비축기지 쪽으로 발길이 자연스럽게 향했다. 일부러 찾아온 건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른 곳이었다. 그 길에서 길냥이 두 마리를 만났다. 서로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부부일까, 아니면 연인일까. 한 마리는 내가 보이자 집 안으로 재빨리 숨었고, 다른 한 마리는 바깥에 남아 있었다. 나는 다가가지 않았다. 다가갈 이유도,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멀리서 그냥 바라봤다.
https://youtube.com/shorts/u2ENGqmvU2k?si=0wCJbc-Vx4r0XiO6
그러다 한 걸음 물러났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집 안에 숨어 있던 한 마리까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 다시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지만,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는다. 나를 믿어서일까, 아니면 이미 내 존재를 받아들인 걸까. 내 가방을 내려다봤다. 먹을 것도 없다. 친해지기 위한 어떤 것도 없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내밀 수 있는 것도 없는 내가, 그저 친구하자고 말하는 건 염치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쁘다”라는 말만 몇 번 중얼거렸다. 입바른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음엔 꼭 맛난 걸 가지고 오겠다고, 들릴지 안 들릴지도 모를 약속을 혼잣말처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채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https://youtu.be/3mBoEeuxN8s?si=iZJgxRHUO1d7lRq0
문화비축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이었지만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몇몇 커플들이 손을 잡고 천천히 구경을 하고 있었다. 말소리는 크지 않았고, 웃음도 조용했다. 나는 그들 사이를 지나 혼자 걸었다. 누군가와 손을 잡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이 공간은 그대로였다. 한참을 그렇게 돌다가, 더 머물 이유도, 더 갈 곳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을 지나 다시 주방으로 들어섰다. 불을 켜고, 가스불 켰다. 낮에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공간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이어져 있었다. 나는 다시 저녁밥을 한다. 오늘도 혼자 나갔다가, 혼자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였던 시간이 허전하게만 남지는 않았다. 바람을 맞고, 고요를 바라보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마음까지 끌어안고 돌아온 하루가, 조금은 나를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다이아몬드 주부다.
https://youtu.be/gX4C9ZZm4Bw?si=m_Yh_wPM3b9llL1p
함꼐 다녀온 영상은 금요일 저녁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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