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8일,
오랜만에 4형제자매가 부산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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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소는 특별할 것 없는 부동산 사무소.
그러나 그 자리엔 몇십 년을 품어온 우리 가족의 시간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지도 꽤 되었고,
그분들이 남기신 집을 정리하기 위해
서울, 지방, 그리고 각자의 삶에서 벗어나
우리는 다시, 가족으로 마주했습니다.
작은언니의 얼굴이 참 밝아 보여 다행이었습니다.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얼굴, 그동안 힘들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환한 미소에 괜히 마음이 놓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 사는 저는, 큰오빠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우리 넷 중 맏이인 오빠는 말도 많고 허풍도 셉니다.
https://youtu.be/zRu0azl580E?si=MqQKxbVkj0S7NSQa
하지만 늘 그래왔듯, 오늘도 그의 이야기에 리액션을 날려주는 제 인내심,
참 대견합니다. 감사합니다.
비행기 값도, KTX도, 점심에 먹은 싱싱한 회 한 접시도
모두 제가 결제했습니다.
https://youtu.be/Piboca3Dwmw?si=vKL75NNd9VKblw0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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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래왔듯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제가,
그런 여유가 있는 제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큰오빠는 늘 똑같은 얘기를 반복합니다.
아파트가 있고, 오피스텔이 있고, 새 여자친구가 있고...
몇 년째 이어지는 ‘그 이야기’에
맞장구 쳐주는 나의 인내심,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그 오빠에게 밥 한 끼 얻어먹은 기억이 없어요.
커피 한 잔도 없네요.
언제나 결제는 ‘나의 몫’이었습니다.
결제 담당, 그게 제 포지션입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럴 수 있는 제가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도, 누구에게든 밥 한 끼를 대접받은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시댁이든 친정이든, 외식 자리에서도
‘카드는 나의 손에’
그게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그래도 저는,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저는 2급 지체장애인 남편과 함께
30년을 살아왔고,
가정경제를 책임지며
30년을 견뎌낸 아내입니다.
몇 해 전, 시댁 조카의 잔치가 있었어요.
시댁 어르신의 고급 차량에 동승해
긴 길을 함께했습니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 어르신은 주유를 하셨고
미안한 마음에 카드를 건넸습니다.
“제 카드로 결제하세요.”
카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12만 원.
그 금액이면 고속버스로 서울까지 왕복하고도 남을 돈입니다.
그 차량은 고급 승용차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저 뒷좌석 사장님 모드로 앉아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묻고 싶습니다.
만약 그 어르신이, 제 입장이라면
2급 지체장애인 남편을 둔, 홀로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여자였다면
그렇게 카드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감사합니다.
그 상황 속에서도 웃고 넘길 수 있는 내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입니다.
경로석에 앉아 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앉았지만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타시면
저는 얼른 일어납니다.
이 정도의 눈치, 염치, 코치는 갖추고 있습니다.

책을 읽습니다.
이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몰입과 집중.
좋은 문장이 눈에 들어오면
메모장에 꾹꾹 눌러 적습니다.
이 시간, 이 순간,
감사의 재료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이 시간이
제가 버텨내야 할 하루를
조금은 부드럽게, 가볍게 건너가게 해줍니다.
감사합니다.
이 시간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런 저의 삶에
조금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 삶의 사장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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