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맞은 첫날, 나는 남편과 함께 병원 두 곳을 다녀왔다.
지체장애인인 남편은 여러 병원을 다니는데, 휠체어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일은 늘 쉽지 않았다.
나는 퇴근 후 직접 병원을 찾아다니며 출입문과 거리, 내부 구조까지 확인했고, 막상 들어가 보면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곤 했다.
남편의 병원 날은 늘 내가 연차를 쓰는 날이었고, 그 시간은 대부분 나를 위한 날이 아니라 남편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지친 몸과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달빛만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남편은 혼자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직장과 주부로 사는 나를 위한 배려였다.
남편이 혼자 병원가는길이 얼마나 힘든여정인지 나는 안다.
정형외과에 가면 신발을 신겨주시고,
부축해주시고,
여러 간호사님들의 손을 빌려야 한다.
치과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들어가고, 병원문을 열어주고
자리에 앉고, 이동하는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고된 일이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몇 번을 그렇게 다니다 보니
남편은 어느새 병원에 ‘이력’이 났다.
이제는 혼자서도 익숙하게 다녀온다. 병원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님도 당연히 친절히 남편을 잘 치료해준다.
그러나 나는 세상에는 그어떤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친절함도 고마움도 당연한 것은 없다. 늘 마음한켠에 감사함과 고마움을 안고 산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이기도,
조금은 미안해지기도 했다.
퇴직하고 나니
이제는 시간이 내 편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남편의 병원길에 함께 동행했다.
오랜 시간 다닌 병원.
늘 같은 얼굴로 맞아주던 간호사님들,
묵묵히 진료해주시던 의사 선생님이
문득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길에
조금 비싼 요구르트를 샀다.
사실 나는 그 요구르트를
내 돈 주고 몇 번 먹어본 적도 없다.
몇 개를 사서 간호사님께 건네며
그동안의 감사함을 전했다.
큰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항상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그렇게
나는 퇴직 후 첫날을
남편의 병원길에서 보냈다.
특별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내 삶이 바뀌고 있다는 걸
조용히 실감한 하루였다.
앞으로의 시간에는
이런 동행이
조금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진다.
글로 다 전하지 못한 하루는
**유튜브 ‘다이아몬드주부’**에 영상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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