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의 월급 없이 30년을 살아왔다.
누군가는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은 나에게 당연했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버텨온 삶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긴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직을 했다.
퇴직 후, 사랑하는 언니에게서 선물이 도착했다.
작은언니는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그동안 얼마나 잘 버텨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언니다. 그래서였을까. 언니는 말 대신 선물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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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의 이름이 새겨진 수저 세트.
언니의 성격만큼이나 단정하고 아름다운 수저였다.

너무 아까워서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꺼내 보기만 해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며칠 뒤, 큰언니에게서도 선물이 도착했다.
머그컵 세트였다.

내 주방에는 30년 동안 나와 함께한 머그컵들이 있었다. 대부분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이었다. 오래되고 제각각이었지만,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그 컵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그리고 큰언니가 퇴직 선물로 사준 머그컵으로 모두 바꿨다.
컵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주방의 공기와 내 마음까지 달라진 것 같았다.
큰언니는 퇴직 나이를 훨씬 넘겼다.
그런데도 아직 일선에서 일을 하고 있다.
결혼 후, 혼자의 몸으로 가정을 꾸려왔고 형부에게서 월급 한 번 받아본 적 없이 살아왔다. 지금도 여전히 일터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른다.
하지만 동생인 나는 마음이 아프다.
퇴직 나이가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일터에 서 있는 언니의 뒷모습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내가 퇴직했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선물을 준비했을 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자매란, 형제란 무엇일까.
한부모 밑에서 자라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시간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 피가 끊는다는 표현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이번에 받은 선물은 물건이 아니라, 그 세월과 마음이었다.
나는 오늘도 그 수저를 바라보고, 그 머그컵에 물을 따른다.

언니들의 삶과 마음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다짐한다.
이제부터의 시간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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